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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꽃청년의 IT찌질모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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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까기 2008.11.27 13:15

키워드와 이슈에 중독된 세상


  키워드는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집니다. 쉬운 예로, 네이버 검색어 순위 같은 것만 봐도 열자가 채 안되는 키워드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짧은 표현들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도 쉽습니다. 그래서 이슈가 되기 쉽죠.

  요즘 "선제적" 이라는 말이 참 자주 등장합니다. 어떤 정부대책을 보면 "선제적 대응", "선제적 정책" 이라면서 항상 명사앞에 수식을 해줍니다. 그게 선제적인지 늦장대응인지는 정책을 판단하는 개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저런 키워드들은 확실히 은연중에 먹혀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량 키워드를 선점한다고 할까요? "선제적 대응" 이라면서 떠들어 대면서, 나중에 있을 문책성 질책에 대한 안전망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적어도 "늦장대응" 이라는 소리는 안 들을테니 말이죠. 이렇게 먼저 점유한 "선제적" 이라는 긍정표현을 지속적으로 사용함으로 정책을 듣거나, 기사를 읽는 사람들에게 각인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판단은 잘못되었어도 "제때 하려고 했구만" 하는 소리를 들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겠죠.

  예전에 MB 는 "녹색성장" 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습니다. 물론 판단은 개개인에게 맡기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지만, "토목공사" 라는 키워드보다는 "녹색성장" 이라는 말은 참 그럴 듯 해보입니다. "대운하 조감도" 에는 확실히 운하 주변을 감싸고 있는 푸른 들판과 산들이 있으니까, "자연은 안 망가뜨리겠구나" 하고 태연하게 망상할 수 있겠죠.

  이 정부들어서 교과서 관련해서 "좌편향" 이라는 단어를 자주 듣습니다. 아니 뭐, 교과서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이슈에서도 종종 정부당국자나 여당의원들은 이 "좌편향" 이라는 단어를 줄곧 사용해왔습니다. 이성적으로 무엇이 좌편향이냐는 것은 제껴두고... 일단 키워드 자체에서 <한쪽으로 쏠렸는데 그게 왼쪽이다> 라면서 여론몰이에는 성공한 듯 합니다. 키워드 자체에서 뿜어내는 TODO는 <이제 쏠린 것을 원상복귀해야하는 것> 이라는 것이겠죠.

  이런 이슈가 된 키워드들에 반발의 목소리는 이슈가 될 수 없습니다. 뭐 이슈가 되어야 옳은 것이다 라고 하기에도 그렇지만... 서로간의 대립되는 목소리를 제대로 들려줄 수 없죠. 양쪽이 생산해내는 이슈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니, 같은 이슈라고 해도 키워드가 다르기 때문이죠. "어떤 것에 반대한다" 라는 것은 끌려가는 듯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느냐? 분명한 것은 "선제적"이고 "반복될" 키워드를 사용해서 이슈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말은 참 쉽지만, 당장 뚝딱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현재의 한나라당도 11년동안 "한나라당" 이라는 간판을 고집하면서.. "좌익용공", "빨갱이", "좌파" 등 숱한 키워드를 반복적으로 생산해냈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결론은 먹혔습니다. 비난과 반대의 키워드만을 가지고 지속적인 반복사용으로 결국은 이게 먹혀들었습니다. 10년만에 정권교체 했지요.

  하지만 그런 비난과 반대의 키워드 속에서 정작 그 키워드들의 생산자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지도 않았습니다. 모두들 키워드에서 뿜어내는 힘에 휩쓸렸지, 정작 컨텍스트를 파악하려고 하지 않았죠. 그 결과는 현 세태를 바라보는 개개인의 마음입니다. 어떤 이는 나름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겠고, 다른 어떤 이는 절망이라고 느낄 수 있겠죠.

  선즉제인, 후즉제어인(先則制人 後則制於人) 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선빵치는 놈이 이긴다는 말입니다. 전술에서 때린 곳 또 때리는 것 만큼 좋은 전술도 없습니다. 그리고 치고 빠집니다. 키워드의 생산자는 반대의 목소리는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수비가 견고한 성에서 수성만 해도 이기는 데, 괜히 피흘리면서 싸울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과 같죠.

  생각해보면 어디에나 통용될 듯 합니다. IT 업계의 "약장수"들도 흔히 이런 방법을 쓰곤하죠. 하지만 저런 식으로는 살고 싶지 않고, 다른 이에게 저런 식으로 살라고도 못하겠네요. 인간미가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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